NHK DVD <대하드라마 산하 타오르다 완전판> 구입기
별점 |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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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즈음 일본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많이 식은 시절이기도 하고
또 이제는 DVD라는 매체가 거의 '구시대의 유물'이 된 시절이라서
그다지 의미없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NHK 드라마는 NHK on demend에서 VOD로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감동 받았던 드라마라서
몇 년 전부터 벼루던 그 드라마의 DVD를 산 기쁨을 자랑하고자 써봅니다.
저도 일본드라마 DVD를 구입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구입이라고 하기도 뭐한 것 같습니다.
일본야후나 라쿠덴, 일본 아마존의 경우 해외로 직접 배송하는 판매자가 적어서
그나마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배송대행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저는 귀찮아서 그냥 구매대행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DVD는 1984년 NHK 대하드라마인
<대하드라마 산하 타오르다 완전판 제1집 & 제2집(大河ドラマ 山河燃ゆ 完全版 第壱集 & 第弐集)>입니다.
요즈음 엔 환율이 낮아져서 일본을 못 갈지언정 뭔가 사야할 것 같아서 사봤습니다.
이 드라마는 4년 전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야후쇼핑이나 라쿠텐에서 검색해보니 제1집은 야후재팬에 제2집은 라쿠텐에 최저가 있어서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중고를 구매할까 생각해보기 했는데, 상태를 알 수 없어서 신품을 구매했습니다.)
구매대행을 하면서 묶음배송을 신청하면 조금 싸질 수 있었겠지만
세관에서 부가세를 피하기 위해서 따로따로 배송을 했습니다.
제1집: 상품가 15,875엔 + 대행수수료 1,588엔 + 송금수수료 300엔 + 국제배송료 900엔 = 18,663엔 (175,432원)
제2집: 상품가 18,571엔 + 대행수수료 1,857엔 + 송금수수료 300엔 + 현지배송료 660엔 + 국제배송료 900엔 = 22,288엔 (211,736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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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387,168원
제1집 DVD 7장, 제2집 DVD 6장 도합 13장인데 거의 장당 3만원 꼴이군.
환율이 싸졌어도 부담이긴 하네요.
그래도 4년 전에 비하면 인기가 없는 대하드라마라서 가격도 좀 내리고
환율도 내려서 10만원 이상 싸게 산 것 같기도 합니다.
주변에 DVD를 샀다고 하니 DVD 플레이어가 있냐고 물어들 봅니다.
제 노트북이 인텔 i7 2세대이다 보니 DVD player가 내장되어 있기도 하고 USB DVD가 있어서 보는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코드프리 플레이어가 몇 년 전부터 기본이라서 그런지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서 국가 코드 때문에 생산국가가 다르면 플레이가 안 되기도 했었지요.)
드라마 자체가 1984년 작이다 보니 DVD라고 해도 해상도는 640X480이었습니다.
그래도 예전에 중국어 자막 씌워진 허접한 인코딩에 비하면 돈 쓴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DVD로 낼 때 적어도 청각장애인을 위해서 일본어 자막이라도 넣어주지 않았을까 기대했었지만
전혀 자막이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작품 소개입니다.]
작품 소개를 잠시 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 나라에서 드라마화 되었던 <하얀거탑(白い巨塔)>과
일드팬들이 많이 보았던 <화려한 일족(華麗なる一族)>으로 유명한
야마사키 도요코(山崎豊子)의 <두 개의 조국(二つの祖国)>을 드라마화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의 알려진 작품보다는 세지마 류조(瀬島龍三)를 모델로 한 <불모지대(不毛地帯)>나
오키나와 반환에 얽힌 사건을 그린 <운명의 인간(運命の人)>과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데
일본 현대사의 큰 사건을 그린 것이라 일본현대사 이해에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제목은 원래 소설과 동명인 <두 개의 조국>으로 하려고 했지만 당시 재미일본사회에서 반대가 심해 제목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입니다.
내용은 우리 나라에는 이미 최인훈의 <광장>이 있으니 유추가능합니다.
이 드라마는 1936년 군국주의자의 2.26쿠데타에서 2차대전에 대한 '극동국제군사재판'이 종료된 이후인 1949년까지
주인공인 일본계 2세 미국인인 아모 켄지(天羽賢治)가 겪은 사건과 고뇌를 그린 작품입니다.
아모 켄지는 가공의 인물인데
당시 실제 미군이었던 이타미 아키라(伊丹明)와 Harry Katsuji Fukuhara(福原克治)를 모델로 하고 있고 합니다.
대표적 등장인물을 간략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아모 켄지(天羽賢治)
: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중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교육.
일본에서 간첩혐의로 추방되고 2차대전 중 '만자나르 일본인 수용소'에서 미군의 일본어학교 교관으로 지원 후
종전시 극동국제군사재판의 일본어 통역의 모니터 요원으로 참여.
2) 아모 타다시(天羽忠)
: 켄지의 동생.
미국시민이지만 일본을 사랑하여 일본인이 되기 위해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 징집되어 만주관동군에서 필리핀 전선으로 가게 됨.
징집으로 미국시민권 박탈.
일본군 내에서 '2세'로 불리면서 온갖 멸시를 당함.
하지만 일본에 대한 애국심으로 필리핀에서 후퇴중 전선으로 온 켄지의 총에 맞고 포로가 됨.
종전 후 일본에서 일본인으로 미군물자를 빼돌리는 암시장 사업을 함.
3) 아모 이사무(天羽勇)
: 켄지의 동생.
만자나르 수용소에서 '미국시민'으로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자원입대하여 독일전선에 참전.
전상으로 청력을 잃지만 종전후 귀국하여 연인인 마리안과 결혼후 가업인 세탁소를 이음.
4) 찰리 타미야(チャーリー田宮)
: 켄지의 친구.
충성심을 증명하여 '미국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FBI나 CIC의 밀정 역할을 하며 동료를 팔아넘기기까지 함.
이후 맥아더 사령관의 부관 자리까지 올라 '최초로 텐노를 알현한 일본계 2세'의 영광을 누림
([꺼삐딴 리]와 달리 미국에게만 충성)
5) 이모토 나기코(井本梛子)
: 일본계 2세로 켄지와 친구.
진주만 공격일에 찰리와 결혼하지만, 만자나르 수용소에서 부모와 함께 전시교환선을 타고 일본으로 귀환.
귀환후 일본의 대미군선전방송인인 '도쿄 로즈'가 되길 강요받지만 미국의 친구를 생각하여 거부.
히로시마 거주중 원폭피해.
6) 미시마 케이스케(三島啓介)
: 켄지의 대학친구로 소학교 선생.
군국주의에 대항해서 사회주의 활동.
이후 징집을 거부하고 종전까지 감옥생활.
7) 장미령(張美齢)
: 켄지와 대학친구들이 자주 모이던 도쿄의 카페 '리라'의 점원.
중국인이지만 부모를 잃고 일본에서 일하면서 일본을 사랑하지만, 카페 노주인이 양녀로 받아서 국적을 바꾸자고 하지만 끝까지 중국국적을 유지함.
8) 아라키 요시카츠(荒木義勝)
: 켄지와 친구들의 감시하는 특별고등경찰.
출신지가 만주인 점과 학력이 없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감시.
9) 토고 시게노리(東郷茂徳)
: 실존인물로 태평양전쟁 개전과 종전시 외무대신. 부인은 독일인.
본인은 임진왜란 때 가고시마로 끌려간 조선 도공의 후예로, 어릴 때 이름이 '박무덕(朴茂徳)'으로 알려짐.
본 작품에서 주인공 켄지의 은인으로 나옴.
평화주의자로 나오지만 전범재판에서 20년형을 받음.
원작인 야마사키 도요코의 소설 <두 개의 조국>의 비판적 시각 때문이기도 하고
소설 전개가 도쿄전범재판의 공소장을 주인공이 읽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일본의 침략행위가 나옵니다.
전쟁세대가 살아있었던 1984년작이라서 그런지 현재보다는 오히려 전범인정을 어느 정도 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일본이 저질렀다기 보다는 올해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와 같이 일본 군국주의에 책임을 돌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중국에 대한 침략행위는 자세히 나오지만 조선 문제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다시 보기 시작하다보니 주요 공간적 무대인 카페 <리라>의 점원 장미령의 어머니가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으로 오인 받아서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합니다.
이 착품의 문제의식은 다음의 대사에 축약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인 재미일본인 2세로 미국 국적인 아모 켄지가 진주만 공격 직전 간첩혐의로 일본에서 추방될 때
조선도공의 후예이자 이후 개전과 종전에서 외무대신으로 역할을 하고 종전 후 전범재판에 넘겨지게 되는 토고 시게노리와의 대화입니다.
켄지: 저는 왜 다른 사람처럼 이 나라를 사랑할 수 없습니까?(후략)
시게노리: (전략) (딸을 낳은 독일인 아내가 이야기하길) 자신은 자신의 자식이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이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우리 아이가 아니더라도 이쁘기만 하면 사랑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니 '물론'이라고 답하더군.
나라를 사랑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네.
내가 일본을 사랑하는 것은 일본이라서가 아니네.
이 나라가 나에게는 좋은 나라이니까 사랑하는 것이네.
아모군. 국적에 얽매일 필요는 없네.
자네가 마음속 깊이 사랑하게 되는 나라가 자네의 국가가 되는 것일세.
여러모로 개인적으로 이 대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요즈음입니다.
PS. 참고로 한국어 자막은 만들어진 적이 없습니다만,
2019년 3월 2부작으로 방영한 일본 TV Tokyo 개국기념 드라마 <두 개의 조국(二つの祖国)>은
주인공이 오구리 슌(小栗旬)이었던 덕분에 한국어 자막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압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자막이 없는 51부작인 이 작품보다는 2부작인 오구리 슌의 <두 개의 조국>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51부작인 본 드라마에서는 미군의 히로시마 원폭 조사단 등이 활동했던 일부분을 볼 수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아래 NHK 링크는 작품 소개 페이지입니다.
大河ドラマ 山河燃ゆ | 回想法ライブラリー | NHKアーカイブス
이 정도 작품이면 DVD 자랑거리 맞죠 :)
이 정도 작품이면 DVD 자랑거리 맞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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